울산, 인문의 씨앗을 발견하다
울산, 인문웨이브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울산 일대 지관서가와 동네 책방 등 14곳에서 19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크게 인문활동 ‘인문랜드마크투어 고뤠? 고래!’와 대중강연 ‘삶, 멈춰 서서 바라보다’로 나눠 진행했다. 그 가운데 인문특강, 인생나눔교실, 삼대만세는 실시간 유튜브 스트리밍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랜드마크투어 스탬프 이벤트와 인문웨이브 랩핑버스(Wrapping Bus) 또한 울산 시내를 돌며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행사 기획 전반에 참여한 정성연 플라톤아카데미 연구원 그리고 울산 현지에서 현장진행을 총괄한 배주홍 쥴리스픽쳐북 대표와 ‘2024 인문웨이브, 울산’를 돌아봤다.
Interview 1: 정성연 플라톤아카데미 연구원
‘2024 인문웨이브, 울산’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인문활동과 대중강연 포함해서 총 19차례 프로그램이 이뤄졌어요. 그 프로그램을 같이 기획하고 알리는 일을 했어요. 또 축제를 즐기는 것만큼 관심이 확산되고 지속 가능하게 결과를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잖아요. 인문크루, 지관서가 매니아, 동네책방지기 등 이번 행사에 참여한 분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울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그 토대 위에 행사가 기획되고 준비됐을 텐데요.
울산 청년들이 서울이나 부산으로 떠나고 있다는 다큐멘터리가 많더라고요. 인구도 줄고 있고요. 일자리나 취업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문화, 예술을 포함한 인문활동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울산, 인문 웨이브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려고요.
그런 측면에서 행사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진단하는 게 중요하겠어요.
축제를 같이 기획하면서 울산을 잘 아시는 분들께 여쭤보고 조사해보니 정주의식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이 두 가지가 중요한 요인이더라고요. 인문 활동이 활성화됐을 때 그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행사를 회고하며 그 의미를 짚어보려고요. 다음에 또 행사가 계획된다면 이런 부분을 반영해 준비할 수도 있을 테고요.
프로그램 전반을 기획하시고 행사 기간 함께 하셨잖아요.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나요?
현장을 다 볼 수는 없었고요. 촬영을 맡은 프로그램 중심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요. 독서 모임이 울림이 크고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강연도 지식을 주입하는 강연이 있는가 하면 청중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강연이 있잖아요. 독서모임은 교수님이나 진행자분이 참가자의 삶 속 이야기를 잘 끌어내었고 그 부분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더군요.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씀해주신다면?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제가 관심 갖고 있었지만, 일부러 찾아 듣기가 여의지 않았던 강연자 분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특히 알프레드 아들러의 가족 세우기 관련해 말씀해주신 분이 계셨는데요.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억들도 사고와 인식의 변화만 있으면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현장 촬영과 송출도 맡으셨어요. 프로그램 전달자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이 신경을 쓰셨는지도 궁금해요?
강연 현장에 참석하는 분들 외에 온라인 참석자들도 계셔서요. 온라인은 집중력이 낮잖아요. 화면에 강연 PPT 자료를 넣는다거나 질문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거나 해서 최대한 지루하지 않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게끔 화면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2024 인문웨이브, 울산’을 전체적으로 회고하신다면?
진행하기 전까지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이 행사가 울산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런데 행사를 진행하다 두 가지를 발견했어요. 오시는 분들 가운데 여러 차례 참석하시는 분이 계세요. 참석자로 인문크루로 또 지관서가 매니아로. 그분들과 관계를 맺는 게 제일 큰 수학이었던 것 같아요. 지역에서 이런 인문 활동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려면 지역 인문활동가가 많이 생겨나야 하잖아요. 인문의 씨앗이 있었는데 꽃 피울 기회가 없었던 거죠.
두 번째는 지역에서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인문활동이 열리다보니까, 우리 울산에서도 이런 걸 즐길 수 있구나, 이런 활동이 열리는 동네책방과 지관서가가 있구나 하는 걸 울산시민들에게 알린 것이요. 지관서과도 북카페 정도로 여기시다가 이번 행사를 통해 인문 공간으로 인식하신 것 같아요. 이제는 이분들이 자발적으로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겨나겠죠.
마지막으로, 정성연 님에게 지관止觀이란? 또는 지관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엄청나게 분주할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한 번 완전히 진을 빼고 나면 지관의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에너지가 약간 남아 있을 때는 놀고 싶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데 오히려 그런 힘조차 없을 때에는 나를 돌아보고 점검하게 돼요. 내가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있고, 내가 언제 살아 있음을 느끼는가? 그런 걸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나의 몸과 마음은 건강한가? 그런 걸 살펴보는 지관의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Interview 2 : 배주홍 쥴리스픽쳐북 대표 & 지관서가 매니아
Q1. 지관서가 매니아기도 하시잖아요. 그 계기부터 여쭙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어요. 울산에 내려온 지는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고요. 처음 왔을 때는 코로나가 한창이었어요. 그래서 혼자 가볼 만한 공간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책방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첫 번째 방문지가 지관서가였어요. 방문하기 전에 검색해보고 ‘지관(止觀)’이라는 의미가 와 닿았어요.
Q2. ‘2024 인문웨이브, 울산’ 이전부터 지관서가에서 여러 활동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지관서가의 온라인 뜨개질 프로그램에 처음 참석했었어요. 몇 주 후 플라톤아카데미 재단분들이 울산에 오셨을 때 지관서가라는 공간의 의미와 탄생 히스토리에 대해 들었어요. 이런 의미 있는 공간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먼저 제안을 드렸어요. 제가 영어그림책 강사를 하고 있거든요. 작년 5월에 2회 차에 걸쳐 재능기부 수업을 진행했죠. 작년 10월경에 ‘대화의 식탁’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재단에서 강연 진행 스텝으로 함께 도와주실 수 있는지 물어봐 주셨어요. 스태프로 참여하니 기획부터 현장 진행까지 과정 전반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소속감과 지관서가 공간에 대한 애착도 생겨났고요.
Q3. ‘2024 인문웨이브, 울산’에서 맡으신 역할도 말씀 부탁드려요.
행사 기간 한 달 동안 전체 프로그램 참여자 접수 및 현황을 체크하고, 이분들이 현장에 오셔서 원활하게 프로그램을 즐기실 수 있도록 현장에서 준비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이런 일(행사 진행)은 처음 해보는데, 그동안 지관서가에서 인문학 강연 진행 봉사를 하면서 익힌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Q4. ‘2024 인문웨이브, 울산’를 계기로 창업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2024 인문웨이브, 울산’을 시작하기 전에 사업자를 냈어요. 그리고 이번 행사에 진행으로 참여하면서 울산에 인문활동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제 인생에 사업은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어요. 대학을 졸업하고는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했었고, 또 현재는 그림책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인문 웨이브 덕에 지금은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새로이 생겼네요.
Q4.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사를 준비한 일원으로서, 울산 인문 웨이브가 울산시 그리고 지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요?
시작하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실까?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돌아가실 때는 ‘내년에도 또 하나요?’라고 말씀해주 주시더군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울산 분들이 이런 문화 콘텐츠와 세대를 아우르는 인문 행사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작은 힘이지만 지역을 위해 노력해봐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했어요.]
Q6. 행사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많은 순간들이 스쳐 가는데요, ‘대화의 식탁’ 프로그램이 제일 크게 느껴져요. ‘대화의 식탁_안내자 과정’을 함께한 지관서가 매니아분들이 기획하고 운영한 프로그램이거든요. 많은 참석자들이 대화의 중요성,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공유를 해주셨어요. 만족도 역시 굉장히 높았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인문학 강연의 참석자로 시작해, 지관서가 매니아로, 그리고 행사의 진행자로서 소중한 경험을 타인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어요.
Q7. 지관은 멈춰 서서 바라봄이란 뜻인데요. 마지막으로 배주홍님께 지관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해 본다면, 최근 몇 년간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긴 거 같아요. 나를 돌아볼 여유, 내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까지요. 요즘도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다가 문득문득 스스로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이전에는 가끔 이 마음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떤 날은 일부러라도 브레이크를 밟고 나와 내 주위를 멈춰서 살피고 있습니다.
필자_박상준 여행작가
영화와 여행주간지 취재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지내고 있다.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100', 다른 제주에 가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을 썼다. 서울 부암동 3평 카페 '유쾌한 황당'에서 공연, 연극, 전시 등 재미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현재는 원주에 산다. 요즘은 책, 편지, 건축 등을 주제로 한 여행에 관심이 많다. 여행스토리텔링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울산, 인문의 씨앗을 발견하다
울산, 인문웨이브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울산 일대 지관서가와 동네 책방 등 14곳에서 19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크게 인문활동 ‘인문랜드마크투어 고뤠? 고래!’와 대중강연 ‘삶, 멈춰 서서 바라보다’로 나눠 진행했다. 그 가운데 인문특강, 인생나눔교실, 삼대만세는 실시간 유튜브 스트리밍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랜드마크투어 스탬프 이벤트와 인문웨이브 랩핑버스(Wrapping Bus) 또한 울산 시내를 돌며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행사 기획 전반에 참여한 정성연 플라톤아카데미 연구원 그리고 울산 현지에서 현장진행을 총괄한 배주홍 쥴리스픽쳐북 대표와 ‘2024 인문웨이브, 울산’를 돌아봤다.
Interview 1: 정성연 플라톤아카데미 연구원
‘2024 인문웨이브, 울산’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인문활동과 대중강연 포함해서 총 19차례 프로그램이 이뤄졌어요. 그 프로그램을 같이 기획하고 알리는 일을 했어요. 또 축제를 즐기는 것만큼 관심이 확산되고 지속 가능하게 결과를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잖아요. 인문크루, 지관서가 매니아, 동네책방지기 등 이번 행사에 참여한 분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울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그 토대 위에 행사가 기획되고 준비됐을 텐데요.
울산 청년들이 서울이나 부산으로 떠나고 있다는 다큐멘터리가 많더라고요. 인구도 줄고 있고요. 일자리나 취업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문화, 예술을 포함한 인문활동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울산, 인문 웨이브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려고요.
그런 측면에서 행사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진단하는 게 중요하겠어요.
축제를 같이 기획하면서 울산을 잘 아시는 분들께 여쭤보고 조사해보니 정주의식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이 두 가지가 중요한 요인이더라고요. 인문 활동이 활성화됐을 때 그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행사를 회고하며 그 의미를 짚어보려고요. 다음에 또 행사가 계획된다면 이런 부분을 반영해 준비할 수도 있을 테고요.
프로그램 전반을 기획하시고 행사 기간 함께 하셨잖아요.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나요?
현장을 다 볼 수는 없었고요. 촬영을 맡은 프로그램 중심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요. 독서 모임이 울림이 크고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강연도 지식을 주입하는 강연이 있는가 하면 청중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강연이 있잖아요. 독서모임은 교수님이나 진행자분이 참가자의 삶 속 이야기를 잘 끌어내었고 그 부분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더군요.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씀해주신다면?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제가 관심 갖고 있었지만, 일부러 찾아 듣기가 여의지 않았던 강연자 분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특히 알프레드 아들러의 가족 세우기 관련해 말씀해주신 분이 계셨는데요.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억들도 사고와 인식의 변화만 있으면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현장 촬영과 송출도 맡으셨어요. 프로그램 전달자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이 신경을 쓰셨는지도 궁금해요?
강연 현장에 참석하는 분들 외에 온라인 참석자들도 계셔서요. 온라인은 집중력이 낮잖아요. 화면에 강연 PPT 자료를 넣는다거나 질문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거나 해서 최대한 지루하지 않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게끔 화면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2024 인문웨이브, 울산’을 전체적으로 회고하신다면?
진행하기 전까지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이 행사가 울산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런데 행사를 진행하다 두 가지를 발견했어요. 오시는 분들 가운데 여러 차례 참석하시는 분이 계세요. 참석자로 인문크루로 또 지관서가 매니아로. 그분들과 관계를 맺는 게 제일 큰 수학이었던 것 같아요. 지역에서 이런 인문 활동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려면 지역 인문활동가가 많이 생겨나야 하잖아요. 인문의 씨앗이 있었는데 꽃 피울 기회가 없었던 거죠.
두 번째는 지역에서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인문활동이 열리다보니까, 우리 울산에서도 이런 걸 즐길 수 있구나, 이런 활동이 열리는 동네책방과 지관서가가 있구나 하는 걸 울산시민들에게 알린 것이요. 지관서과도 북카페 정도로 여기시다가 이번 행사를 통해 인문 공간으로 인식하신 것 같아요. 이제는 이분들이 자발적으로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겨나겠죠.
마지막으로, 정성연 님에게 지관止觀이란? 또는 지관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엄청나게 분주할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한 번 완전히 진을 빼고 나면 지관의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에너지가 약간 남아 있을 때는 놀고 싶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데 오히려 그런 힘조차 없을 때에는 나를 돌아보고 점검하게 돼요. 내가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있고, 내가 언제 살아 있음을 느끼는가? 그런 걸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나의 몸과 마음은 건강한가? 그런 걸 살펴보는 지관의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Interview 2 : 배주홍 쥴리스픽쳐북 대표 & 지관서가 매니아
Q1. 지관서가 매니아기도 하시잖아요. 그 계기부터 여쭙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어요. 울산에 내려온 지는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고요. 처음 왔을 때는 코로나가 한창이었어요. 그래서 혼자 가볼 만한 공간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책방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첫 번째 방문지가 지관서가였어요. 방문하기 전에 검색해보고 ‘지관(止觀)’이라는 의미가 와 닿았어요.
Q2. ‘2024 인문웨이브, 울산’ 이전부터 지관서가에서 여러 활동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지관서가의 온라인 뜨개질 프로그램에 처음 참석했었어요. 몇 주 후 플라톤아카데미 재단분들이 울산에 오셨을 때 지관서가라는 공간의 의미와 탄생 히스토리에 대해 들었어요. 이런 의미 있는 공간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먼저 제안을 드렸어요. 제가 영어그림책 강사를 하고 있거든요. 작년 5월에 2회 차에 걸쳐 재능기부 수업을 진행했죠. 작년 10월경에 ‘대화의 식탁’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재단에서 강연 진행 스텝으로 함께 도와주실 수 있는지 물어봐 주셨어요. 스태프로 참여하니 기획부터 현장 진행까지 과정 전반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소속감과 지관서가 공간에 대한 애착도 생겨났고요.
Q3. ‘2024 인문웨이브, 울산’에서 맡으신 역할도 말씀 부탁드려요.
행사 기간 한 달 동안 전체 프로그램 참여자 접수 및 현황을 체크하고, 이분들이 현장에 오셔서 원활하게 프로그램을 즐기실 수 있도록 현장에서 준비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이런 일(행사 진행)은 처음 해보는데, 그동안 지관서가에서 인문학 강연 진행 봉사를 하면서 익힌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Q4. ‘2024 인문웨이브, 울산’를 계기로 창업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2024 인문웨이브, 울산’을 시작하기 전에 사업자를 냈어요. 그리고 이번 행사에 진행으로 참여하면서 울산에 인문활동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제 인생에 사업은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어요. 대학을 졸업하고는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했었고, 또 현재는 그림책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인문 웨이브 덕에 지금은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새로이 생겼네요.
Q4.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사를 준비한 일원으로서, 울산 인문 웨이브가 울산시 그리고 지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요?
시작하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실까?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돌아가실 때는 ‘내년에도 또 하나요?’라고 말씀해주 주시더군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울산 분들이 이런 문화 콘텐츠와 세대를 아우르는 인문 행사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작은 힘이지만 지역을 위해 노력해봐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했어요.]
Q6. 행사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많은 순간들이 스쳐 가는데요, ‘대화의 식탁’ 프로그램이 제일 크게 느껴져요. ‘대화의 식탁_안내자 과정’을 함께한 지관서가 매니아분들이 기획하고 운영한 프로그램이거든요. 많은 참석자들이 대화의 중요성,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공유를 해주셨어요. 만족도 역시 굉장히 높았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인문학 강연의 참석자로 시작해, 지관서가 매니아로, 그리고 행사의 진행자로서 소중한 경험을 타인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어요.
Q7. 지관은 멈춰 서서 바라봄이란 뜻인데요. 마지막으로 배주홍님께 지관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해 본다면, 최근 몇 년간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긴 거 같아요. 나를 돌아볼 여유, 내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까지요. 요즘도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다가 문득문득 스스로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이전에는 가끔 이 마음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떤 날은 일부러라도 브레이크를 밟고 나와 내 주위를 멈춰서 살피고 있습니다.
필자_박상준 여행작가
영화와 여행주간지 취재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지내고 있다.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100', 다른 제주에 가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을 썼다. 서울 부암동 3평 카페 '유쾌한 황당'에서 공연, 연극, 전시 등 재미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현재는 원주에 산다. 요즘은 책, 편지, 건축 등을 주제로 한 여행에 관심이 많다. 여행스토리텔링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