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인문 웨이브, 울산 : 독서모임_삼대만세(이동섭 작가)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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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삼대만세>

일시 : 2024년 9월 8일(일) 14:00~17:00

진행 : 이동섭 작가

참석 : 최지유 대학생, 김남호 작가, 류태길 목사

장소 :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

 

‘독서모임’

책을 읽고 만나는 가장 일반적인 자리가 독서모임이다. 2024 인문웨이브, 울산’는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한 권의 책을 같이 읽고 여러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건 기본, 때로는 누군가의 낭독을 통해 책을 만나보고 또 때로는 세대 구성원을 달리해 만나기도 했다. 서로의 책 감상을 교류하다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의 고백에 덩달아 눈물이 나기도 하는 그런 자리였다. 그 첫 번째 독서모임 ‘삼대만세’가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에서 있었다.

 

0. 시작하며

삼대만세는 ‘2024 인문웨이브, 울산’를 위해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2024년 하반기 새롭게 시작한 지관서가의 세대공감 인문 토크다. 세대 간의 만남과 접점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 20대와 40대 그리고 60대 이렇게 삼대가 하나의 고전 문학 작품을 빌려 서로의 고민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프로그램이다. ‘다빈치 인생수업’ ’사랑의 쓸모‘ 등을 쓴 예술인문학자 이동섭 작가가 진행하며 매회 다른 이들이 출연한다. 앞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생텍쥐페리)’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을 다뤘으며, ‘2024 인문웨이브, 울산’에서는 그 세 번째 작품으로 ‘위대한 캐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를 나눴다.

 

1. 듣고 생각하다

독서모임은 ‘발견’이다. 같은 것을 보았으나 각기 다른 말을 하는 풍경은 참으로 이채롭고 흥미롭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 그것은 책의 세계이기도 하고 책을 읽은 그 사람의 세계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넘나들며 유쾌한 발견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그게 독서모임의 매력이다.

울산시립미술관 삼대만세에는 영어영문학과 영어교육학을 공부하는 최지유 대학생(20대), ‘당신은 자유로운가’를 쓴 김남호 작가(40대), 울산시민인문학모임 ‘망원경’의 대표 류태길 목사(60대)가 참석했다. 다른 세대를 반영하듯 이들은 책, 영화, 잡지의 연재소설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대한 캐츠비’를 처음 접했다 말했다.

 

‘위대한 캐츠비’는 1925년에 나온 소설이다. 피츠제럴드의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사후에 재출간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데이지를 향한 캐츠비의 사랑을 빌려 물질적 욕망과 정신적 허무 등을 다루고 있지만, 한 줄로 요약할 수 없는 건 우리 생을 다층적으로 집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동섭 작가는 읽는 이의 마음이 가닿는 부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읽히는 작품이라 덧붙였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사람은 각각 ‘결핍(최지유)’, ‘풍선(김남호)’, ‘낭비’(류태길)라는 단어로 ‘위대한 캐츠비’를 정의했다. 그리고 출발점은 조금씩 달랐지만 ‘위대한 캐츠비’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시대, 우리의 욕망과 닮아 있다는 점, 고전을 읽는 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거울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이동섭 작가는 ‘사랑의 쓸모’에서 ‘첫눈에 반할 수는 있어도 첫눈에 믿을 수는 없다. 평범한 날들을 공유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상대를 향한 내 믿음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썼다. 실상 독서도 사랑처럼 정답이 어디 있을까? 모든 것이 정답이고 또 모든 것이 오답이기도 하다. 인생의 결론이 미리 정해지지 않는 것처럼, 정답과 오답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 다른 세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연습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일 지도.

 

2. 책을 빌려 질문하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 사회평론아카데미). 독서 모임 ‘삼대만세’가 끝나고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를 서성대다 김영민 작가의 책 앞에 멈춰 섰다. ‘위대한 캐츠비’가 남긴 인생의 질문을 이어 읽기에 이만한 화두도 없지 싶어서였다. 하지만 우연히 넘긴 책 속에서 눈에 쏙 들어온 문장은 허무와는 상관없는 글귀였다.

‘토론의 경우도 그렇지 않을까...지성의 부재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 틀린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 상태가 지성의 부재를 웅변한다.’

작가가 책 속에서 전달하려는 바와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첫 걸음은 ‘틀린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 상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 간의 소통 역시 서툴지언정, 실언일지언정 서로를 향한 말문을 닫지 않는 것이 이해의 출발일 수 있겠다. 위대함이란 결코 위대하지 않는 것들 속에 살아 숨 쉬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3. 참가자 ‘류태길’ 님과 대화하다

“내가 제일 고집이 센 사람 같아요.”

독서모임 ‘삼대만세’가 끝날 즈음 류 목사가 한 말이다. 이 때 고집은 아집보다는 주관에 가까워 보였다. 그의 고집이 불통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자신의 교회 주변에 사는 ‘농땡이’ 청소년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아이들에게 간식과 공간을 내어주되 전도 행위는 일절하지 않는다. 인문학 이야기는 좀 하고 싶은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 농땡이 고등학생들이 졸업하고 제 몫을 다하는 걸 보면서 결국에는 다들 자기 역할을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럼에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할 때는 다시 고집을 드러낸다.

“젊은이들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경쟁에 내몰리고 자기 탓을 하며 살아가잖아요. 지레 포기하는 게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Q. 류태길의 지관(止觀, 멈추어 바라봄)의 순간은?

역시 책을 읽는 거겠죠. 독서는 내가 서 있는 자리, 세상을 바로 보게 하죠. 오늘 같은 자리도 지관의 시간이겠네요. 그리고 제가 종교인이라 묵상,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요. 기독교식 기도라기보다 명상 또는 고요히 머무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시간과 장소는 상관없어요. 버스 안에서도 잠깐씩 지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죠.




필자_박상준 여행작가

영화와 여행주간지 취재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지내고 있다.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100', 다른 제주에 가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을 썼다. 서울 부암동 3평 카페 '유쾌한 황당'에서 공연, 연극, 전시 등 재미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현재는 원주에 산다. 요즘은 책, 편지, 건축 등을 주제로 한 여행에 관심이 많다. 여행스토리텔링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