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인문 웨이브, 울산 : 인생나눔교실_문학작품을 활용한 멘토링(최남미 멘토)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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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나눔교실: 문학작품을 활용한 멘토링>

일시 : 2024년 9월 9일(월) 15:00~17:00

연사 : 최남미 멘토

장소 :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


 

‘인생나눔교실’

소통, 공감, 나눔, 배려를 통해 인문학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그림책, 문학작품, 원예 세 가지 테마로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멘토들은 각기 다른 소통의 매개를 다뤘지만 공감에 다다르는 길은 다르지 않았다. 그 가운데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에서 있었던 두 번째 인생나눔교실(문학작품), 최남미 멘토의 ‘옛이야기로 만나는 나의 잠재력’을 소개한다.


0. 시작하며

수필가이기도 한 최남미 작가는 강릉에서 상담연구소 마음이야기 공방을 운영한다. 작가는 박상진호수공원에서 본 보라색 칡꽃으로 말문을 열었다. 부러 다가서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칡꽃의 향기. 치유 상담은 누군가의 고유한 향기를 끄집어내는 일이다. 향기의 다른 이름은 아픔이고 상처이기도 한데, 우리는 자신의 서사로 이야기를 빚고 반추하므로 성장할 수 있다. 그때 스스로에게 고유한 향기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1. 듣고 생각하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이렇게 시작하는 옛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토록 많은 문학과 신화, 설화 가운데 굳이 옛이야기일까?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므로, 우리에게 닿은 이야기는 소멸되지 않은 정수의 집합이다. 그 안에는 살아남은, 잊히지 않은 삶의 진심과 진실들이 상징처럼 숨어 있다. 그것이 옛이야기의 힘이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옛이야기에 겹쳐보는 것만으로 잠재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최남미 멘토는 옛이야기를 자신만의 서사로 각색한 치유 상담의 사례와, 새로 지은 이야기가 상담자의 마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옛이야기에 나만의 서사를 대입해 고쳐 써보자 제안한다. 나의 이야기가 된 옛이야기에는 우리 내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옛이야기는 얼핏 구성이 견고하지 못하고 완결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견고하게 다듬어진 지층이다. 다행히 그 층과 층 사이에는 비밀의 틈새가 있어서 우리들의 아픔과 슬픔, 걱정과 고민의 포승줄을 풀어내고 온전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최남미 멘토의 상담 사례를 듣고, 각자가 좋았던 또는 아쉬웠던 옛이야기에 관해 소감을 나눴다. 이야기는 읽거나 듣는 것만이 아닌 내 안의 것을 털어놓았을 때도 효과가 있다. 리사 크론은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문지혁 번역,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 삶에서 우리는 갈등이 당장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갈등을 끌어내어 점점 키운 다음 최대한 끝까지 가보기를 원한다.’

그것이 문학 그리고 옛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치유의 방식이다. 이때 잠재력은 그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것 그러므로 잠들어 있던 나의 용기를 깨우는 것이겠다.


2. 책을 빌려 질문하다

호수가 보이는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 이곳의 인생테마는 ‘영감’이다. 영감을 뜻하는 ’inspiration‘는 라틴어 ’inspirare‘에서 왔다. 안으로(in-), 숨 쉬다(spirare). 나 자신의 이야기를 짓는 것이야 말로 안으로 숨쉬는, 영감의 출발일 수 있겠다.

강의가 끝나고 서가를 돌아보다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박혜원 번역, 더모던).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재생되어 많은 이의 마음 문을 두드린 옛이야기, 고전이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절 앤이라고 부르실 거면 꼭 뒤에 ‘e’를 발음해 주세요. Ann은 시시해 보이지만 Anne은 훨씬 기품이 있어 보이거든요”

‘e’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앤은 자신의 이름에 ‘e’를 붙이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를 짓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3. 참가자 ‘신혜영’ 님과 대화하다

신혜영 님은 학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문학을 좋아하는 수학 선생님이다. 그녀는 수학은 질문을 정확하게 읽으면 좀 더 쉽게 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삶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그녀에게는 책과 산책이 해법을 제공한다. 지관서가를 알게 된 것도 책과 산책 덕분이다. 북구에서 살고 있어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를 자주 찾지만, 친구들이 오면 장생포와 울산대공원 지관서가도 즐겨 간다고. 그녀에게 ‘오늘 들은 옛이야기를 내 맘대로 바꿀 수 있다면?’이라고 물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이렇게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몰랐어요.(최남미 멘토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회로 나아가는 발달의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제가 이 이야기를 바꿀 수 있다면 권선징악의 교훈보다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즘 이야기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Q.신혜영의 지관(止觀, 멈추어 바라봄)의 순간은?

자연 속에서 걷는 걸 좋아해요. 혼자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 돼요. 일상을 뒤돌아보기도 하고요. 지금, 여기. 박상진호수공원이 진짜 ‘지관’이겠네요. 집에서 멀지 않아 종종 오는데 이렇게 앉아서 호수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해요. 머리가 복잡할 때는 ‘스도쿠(Sudoku)’를 들고 와서 30~40분 숫자 속에서 놀다 보면 많은 것이 풀리기도 해요.



필자_박상준 여행작가

영화와 여행주간지 취재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지내고 있다.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100', 다른 제주에 가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을 썼다. 서울 부암동 3평 카페 '유쾌한 황당'에서 공연, 연극, 전시 등 재미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현재는 원주에 산다. 요즘은 책, 편지, 건축 등을 주제로 한 여행에 관심이 많다. 여행스토리텔링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