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인문 웨이브, 울산 : 인문특강_마음의 건강을 위한 지혜(윤정애 교수)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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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특강: 마음의 건강을 위한 지혜>

일시 : 2024년 9월 12일(월) 19:00~21:00

연사 : 윤정애 교수

장소 : 울산대공원 지관서가

 

 

‘인문특강’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무언가 잘못 되었거나 잘못 되어 가고 있다 느끼는 순간. 그럴 때는 먼저 겪은 이들의 경험이 방향을 열어주기도 한다. 인문특강은 명사를 초청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질문을 함께 사유하는 시간이다. 이동섭 작가와 윤정애 교수는 각각 다른 주제로 참석자를 만났지만 닮은 이야기를 건넸다. 우리가 서로 마음을 나누고 스스로를 묻고 표현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 가운데 윤정애 교수의 인문특강 ‘마음의 건강을 위한 지혜’에 다녀왔다.

 

0. 시작하며

윤정애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이제 교수는 아니다. 지난해 이 맘 때 15년간의 교수 생활을 그만뒀다. 지금은 마인드앤바디브릿지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또한 ‘공황장애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미다스북스)’의 작가이기도 하다. 윤 교수의 이야기가 울림을 가지고 지혜를 전했다면 그건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준 덕분이다.


1. 듣고 생각하다

“지금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윤정애 교수가 참가자들에게 건넨 첫 번째 질문이다. ‘뿌듯함’ ‘아늑함’ ‘기대감’ ‘설렘’ 같은 긍정의 답이 이어졌다. 물론 누군가의 마음 안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반대편의 감정 또한 존재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 불안한 마음을 묻고자 인문특강을 찾았을지 모를 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이 감정을 입 밖에 꺼내어 말해도 되는 것일까? 윤 교수는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쌓여서, 그 감정을 외면하다 공황장애를 겪었다. 정신의학, 상담심리학 이런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가 강의 중에 공황장애가 올 것을 걱정하는 상황은 ‘존재가 흔들리는 경험’이었다.

 

윤 교수가 스스로 부여잡은 동아줄은 감사 일기였다. 살기 위해 쓰기 시작한 감사 일기는 처음에는 단지 몇 줄에 불과했지만 6개월이 흐르자 한 면을 가득 채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감사’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일기 속의 감정은 더하기와 빼기, 좋고 나쁨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았다. 윤 교수는 다시 55개의 다양한 감정 키워드를 꺼낸다. ‘두려운, 궁금한, 침착한, 기쁜, 수줍은, 환상적인…’. 그리고 묻는다.

“여러분은 이 가운데 몇 개의 감정을 사용하세요?”

 

자기 인식의 첫 번째 출발은 ‘감정’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잘 볼 수 있어야 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안에는 무수한 감정이 있고 그 감정들이 모여 나를 이룬다. 어제는 ‘자신이 없는’이란 감정에 동그라미를 치지만 오늘은 ‘느긋한’을 선택할 수 있다. 감정을 다양하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다만 때때로 그 감정을 다독이고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러면서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나를 향한 스스로의 진심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공황장애가 윤 교수에게 가르쳐준 것들이고, 울산대공원 지관서가에 있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마음 건강법이다.

 

2. 책을 빌려 질문하다

울산대공원 지관서가는 윤 교수의 표현처럼 ‘근사한 숲속의 펜션’ 같은 집이다. 나무로 지은 집은 층고가 높아 한층 깊고 아늑하다. 윤 교수는 그 느낌을 ‘새로움’이라고 표현했고 그 공간에서의 만남을 설렘과 긴장으로 맞이했다. 이때 긴장감은 일종의 ‘좋은 스트레스’라며.

인문특강이 진행되는 내내 윤 교수 뒤편 서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21세기북스)’가 시선을 끌었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이기도 한 이 책은 ‘성장하고 치유하는 삶을 위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김상근, 황현산, 차드 멩 탄 등의 대중강연을 엮었다. 책 속에서 황현산 작가는 ‘사소함’ 때문에 시를 좋아한다며, 자신의 산문 ‘당신의 사소한 사정’의 한 구절을 들려준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 같은 큰 목소리에서 우리는 소외되어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사정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약함이 오늘도 우리들, 서로를 잇고 있다.

 

3. 참가자 ‘김광순’ 님과 대화하다

김광순 씨는 앞서 인문나눔교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대화의 나눔’에도 참석했다고. 반가움을 표했더니 스스로를 ‘17년 다니던 직장을 세 달 전에 그만둔 다시 취준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의 인문특강을 데자뷰에 비유했다. 그 역시 ‘이러다 정신병이 걸리는 건 아닌가’ 싶던 차에 회사를 그만뒀다.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인플루엔셜), ‘당신이 옳다’(정혜신/해냄)등의 심리학 서적을 읽으며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노력했다. 윤 교수는 김광순 씨에게 자신과 닮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뭘 할 건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금의 시간을 소중하게 쓸 생각입니다.”


Q.김광순의 지관(止觀, 멈추어 바라봄)의 순간은?

새로운 경험, 새로운 세계 속으로 나를 던져놓으면 거기서 허우적대다 뭔가를 번뜩 떠올리고 저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을 무척 좋아해요. 현실과 다른 환경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주잖아요. 그때 내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삶의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필자_박상준 여행작가

영화와 여행주간지 취재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지내고 있다.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100', 다른 제주에 가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을 썼다. 서울 부암동 3평 카페 '유쾌한 황당'에서 공연, 연극, 전시 등 재미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현재는 원주에 산다. 요즘은 책, 편지, 건축 등을 주제로 한 여행에 관심이 많다. 여행스토리텔링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