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인문활동: 내가 곁을 내어 줄게>
일시 : 2024년 9월 25일(월) 13:00~15:00
연사 : 조현 작가
장소 : 동네책방 바이허니
‘동네책방 인문활동’
동네책방은 결코 ‘동네에서 책을 파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장소다. 만남은 관계의 시작이고 동네책방은 그 첫 장이 되어준다. ‘동네책방 인문활동’은 울산 지역의 책빵 자크르, 다독다독, 바이허니, 소담쓰담 등이 꾸준히 해오던 인문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외부에서 초청한 은유 작가, 조현 작가, 최미선 대표, 그리고 각 책방의 대표들이 책과 사람을 빌려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박태숙 대표(북마스터)가 운영하는 바이허니에서는 조현 기자가 “내가 곁을 내어 줄게”라는 제목으로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0. 시작하며
책방 바이허니는 울산시내에서 차로 약 40분이 걸린다. 이런 시골에 책방이 있을까 싶지만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동네다. 한겨레신문 종교기자로 근무했던 조현 작가는 한국출판인회의가 뽑은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의 한 명이다. 현재는 치유 웹진 '휴심정(well.hani.co.kr)'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고립과 단절이 깊어지는 시대일수록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며, 소중한 관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1. 듣고 생각하다
“이제 2시간 동안 여러분 곁을 내어주세요.”
조현 작가는 참가자들에게 다정히 말을 거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곁’이라는 단어가 가을 햇살처럼 따스했다. 곁은 ‘어떤 대상의 옆. 또는 공간적ㆍ심리적으로 가까운 데’를 말한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가 쓴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휴休)’는 곁을 이루며 사는 국내외 공동체들의 이야기다. 책의 부제는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탐사’다. 많은 이들이 부제에 동감했다. 그럼 공동체 안의 이들은 행복했을까?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세계 최장 연구 프로젝트다. 1938년에 시작해 85년 동안 724명의 삶을 추적했다. 이 연구가 말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은 무엇일까? 외모도, 돈도, 명예도 아닌 ‘좋은 관계’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줄 한 명만 있으면 인간은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현대인이 불행한 건 관계의 편리만을 추구하다가 반대편의 단절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것,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 가능할까?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경청과 공감의 힘을 말한다.
조현 작가의 어머니는 열다섯 살에 서당 훈장이던 아버지와 결혼해, 평생 당신 손으로 친정의 동생과 자식들을 건사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의 고생담을 반복했다. 어느 날 작가는 '엄마, 한 번만 더 하면 만 번이야'라는 짜증과 탄식 대신, 3박 4일 휴가를 낸 후 소주 몇 병을 사서 어머니를 찾았다. 그리고 내내 어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엄마가 그때 그랬구나." "얼마나 힘들었어."
그 후로 어머니의 옛 이야기는 십분의 일로 줄었다. 누군가 고립의 문밖으로 나오려 할 때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경청과 공감이다. 그걸 다른 말로 하면 곁을 내어주는 일일 테다. 그때 얼음이 녹듯 상대의 마음이 풀린다. 우리는 그걸 치유라 부른다.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의 모습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2. 책을 빌려 질문하다
바이허니의 정원에는 나희덕 시인의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라는 시의 일부가 플래카드로 걸려 있었다.
‘꽃인 줄도 모르고 잎인 줄도 모르고/ 피어 있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시인의 시를 읽고 책방의 서가를 서성인 탓인지 시에 관한 책이 손이 잡혔다. 안도현 시인이 엮은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신철 그림/모악)이다. ’가만히 외우고 싶고 베끼고 싶은 65편의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시집은 사색하고 명상하듯 한 장 한 장을 느림보 걸음으로 읽게 만들었다. 몇 장을 넘기다 한참 멈춰 선 시는 김명수 시인의 ‘그렇게’다. 이렇게 끝이 난다.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 한 그루 / 한 그루이면서 여러 그루’
3. 책방 운영자 ‘박태숙’ 님과 대화하다
박태숙 대표는 바이허니의 ‘북마스타’다. 울산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일하다 퇴직 후 책방을 열었다. 바이허니는 남편의 이름인 김수헌 씨의 이름 끝 글자에서 땄다. 남편 김수헌 씨는 책방에서 ‘바리스타’를 맡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은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울산시 제 7호 민간정원으로 박 대표가 10년 넘게 가꿔왔다.
책방 바이허니에서는 ‘동네책방 인문활동’이 두 차례 열렸다. 한 차례는 조현 작가의 강연이었고 또 한 차례는 박 대표가 직접 진행한 ‘자기 확신감을 키우는 문장 책갈피 만들기’였다. 박대표는 동네 책방의 장점이 ‘발견’에 있다 말한다. 서가에 큐레이션된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 그 책 안에서 다른 인생을 만나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 책방 또한 우리 삶의 작은 책갈피는 아닐까. 오늘도 바이허니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이유다.
Q. 박태숙의 지관(止觀, 멈추어 바라봄)의 순간은?
겨울에는 아침 햇살, 여름에는 저녁노을이 질 무렵을 좋아해요. 특히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정원 그네에 앉아 가만히 하루를 갈무리할 무렵, 강아지와 고양이들 또한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편하게 머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비로소 지관의 시간이 찾아들죠.
필자_박상준 여행작가
영화와 여행주간지 취재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지내고 있다.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100', 다른 제주에 가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을 썼다. 서울 부암동 3평 카페 '유쾌한 황당'에서 공연, 연극, 전시 등 재미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현재는 원주에 산다. 요즘은 책, 편지, 건축 등을 주제로 한 여행에 관심이 많다. 여행스토리텔링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동네책방 인문활동: 내가 곁을 내어 줄게>
일시 : 2024년 9월 25일(월) 13:00~15:00
연사 : 조현 작가
장소 : 동네책방 바이허니
‘동네책방 인문활동’
동네책방은 결코 ‘동네에서 책을 파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장소다. 만남은 관계의 시작이고 동네책방은 그 첫 장이 되어준다. ‘동네책방 인문활동’은 울산 지역의 책빵 자크르, 다독다독, 바이허니, 소담쓰담 등이 꾸준히 해오던 인문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외부에서 초청한 은유 작가, 조현 작가, 최미선 대표, 그리고 각 책방의 대표들이 책과 사람을 빌려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박태숙 대표(북마스터)가 운영하는 바이허니에서는 조현 기자가 “내가 곁을 내어 줄게”라는 제목으로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0. 시작하며
책방 바이허니는 울산시내에서 차로 약 40분이 걸린다. 이런 시골에 책방이 있을까 싶지만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동네다. 한겨레신문 종교기자로 근무했던 조현 작가는 한국출판인회의가 뽑은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의 한 명이다. 현재는 치유 웹진 '휴심정(well.hani.co.kr)'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고립과 단절이 깊어지는 시대일수록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며, 소중한 관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1. 듣고 생각하다
“이제 2시간 동안 여러분 곁을 내어주세요.”
조현 작가는 참가자들에게 다정히 말을 거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곁’이라는 단어가 가을 햇살처럼 따스했다. 곁은 ‘어떤 대상의 옆. 또는 공간적ㆍ심리적으로 가까운 데’를 말한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가 쓴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휴休)’는 곁을 이루며 사는 국내외 공동체들의 이야기다. 책의 부제는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탐사’다. 많은 이들이 부제에 동감했다. 그럼 공동체 안의 이들은 행복했을까?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세계 최장 연구 프로젝트다. 1938년에 시작해 85년 동안 724명의 삶을 추적했다. 이 연구가 말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은 무엇일까? 외모도, 돈도, 명예도 아닌 ‘좋은 관계’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줄 한 명만 있으면 인간은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현대인이 불행한 건 관계의 편리만을 추구하다가 반대편의 단절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것,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 가능할까?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경청과 공감의 힘을 말한다.
조현 작가의 어머니는 열다섯 살에 서당 훈장이던 아버지와 결혼해, 평생 당신 손으로 친정의 동생과 자식들을 건사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의 고생담을 반복했다. 어느 날 작가는 '엄마, 한 번만 더 하면 만 번이야'라는 짜증과 탄식 대신, 3박 4일 휴가를 낸 후 소주 몇 병을 사서 어머니를 찾았다. 그리고 내내 어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엄마가 그때 그랬구나." "얼마나 힘들었어."
그 후로 어머니의 옛 이야기는 십분의 일로 줄었다. 누군가 고립의 문밖으로 나오려 할 때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경청과 공감이다. 그걸 다른 말로 하면 곁을 내어주는 일일 테다. 그때 얼음이 녹듯 상대의 마음이 풀린다. 우리는 그걸 치유라 부른다.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의 모습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2. 책을 빌려 질문하다
바이허니의 정원에는 나희덕 시인의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라는 시의 일부가 플래카드로 걸려 있었다.
‘꽃인 줄도 모르고 잎인 줄도 모르고/ 피어 있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시인의 시를 읽고 책방의 서가를 서성인 탓인지 시에 관한 책이 손이 잡혔다. 안도현 시인이 엮은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신철 그림/모악)이다. ’가만히 외우고 싶고 베끼고 싶은 65편의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시집은 사색하고 명상하듯 한 장 한 장을 느림보 걸음으로 읽게 만들었다. 몇 장을 넘기다 한참 멈춰 선 시는 김명수 시인의 ‘그렇게’다. 이렇게 끝이 난다.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 한 그루 / 한 그루이면서 여러 그루’
3. 책방 운영자 ‘박태숙’ 님과 대화하다
박태숙 대표는 바이허니의 ‘북마스타’다. 울산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일하다 퇴직 후 책방을 열었다. 바이허니는 남편의 이름인 김수헌 씨의 이름 끝 글자에서 땄다. 남편 김수헌 씨는 책방에서 ‘바리스타’를 맡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은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울산시 제 7호 민간정원으로 박 대표가 10년 넘게 가꿔왔다.
책방 바이허니에서는 ‘동네책방 인문활동’이 두 차례 열렸다. 한 차례는 조현 작가의 강연이었고 또 한 차례는 박 대표가 직접 진행한 ‘자기 확신감을 키우는 문장 책갈피 만들기’였다. 박대표는 동네 책방의 장점이 ‘발견’에 있다 말한다. 서가에 큐레이션된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 그 책 안에서 다른 인생을 만나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 책방 또한 우리 삶의 작은 책갈피는 아닐까. 오늘도 바이허니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이유다.
Q. 박태숙의 지관(止觀, 멈추어 바라봄)의 순간은?
겨울에는 아침 햇살, 여름에는 저녁노을이 질 무렵을 좋아해요. 특히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정원 그네에 앉아 가만히 하루를 갈무리할 무렵, 강아지와 고양이들 또한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편하게 머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비로소 지관의 시간이 찾아들죠.
필자_박상준 여행작가
영화와 여행주간지 취재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지내고 있다.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100', 다른 제주에 가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을 썼다. 서울 부암동 3평 카페 '유쾌한 황당'에서 공연, 연극, 전시 등 재미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현재는 원주에 산다. 요즘은 책, 편지, 건축 등을 주제로 한 여행에 관심이 많다. 여행스토리텔링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